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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ife

과로사 밸리 (Kwarosa valley) 로 알려진 한국의 직장 문화 - 호주 언론 집중 조명

by Quick Picker 2023. 3. 24.

호주의 주요 방송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당 69시간 개혁안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Kwarosa (과로사)라는 한국어까지 쓰면서 한국 국민들을 걱정했는데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호주의 시각에서 보면 주당 69시간은 노예 수준이라는 거죠.

 

호주 근로자들이 바로사 밸리 (Barossa Valley) 의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와인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할 때 한국의 근로자들은 과로사 밸리 (Kwarosa Valley)에서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야근에 취하고 있는 것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우리가 호주 등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주당 근무시간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얼마나 될까요? 우리와 노동문화가 비슷한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도 과연 주당 69시간이 많이 일하는 것일까요?

 

먼저 호주의 최대 주당 근무시간은 38시간 입니다. 

고용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노동자에게 38시간 이상을 일하도록 요청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서로 합의한다면 최대 26주에 걸쳐 주당 평균 38시간을 일할 수는 있습니다. 합의된 26주 동안 총 988시간 ( 38시간 x 26주)을 일하면 되는 것이죠. 이 기간 동안 초과 근무 상한선은 없습니다.

 

그리고 고용주의 특별한 사유로 계약된 업무시간 외 초과근무를 한 경우에는 페널티레이트 (penalty rate) 를 적용받아 자신의 급여에 1.5배 혹은 2배의 시간당 임금을 받게 됩니다.  이런 제도 덕분에 페널티레이트 지급에 부담을 느끼는 고용주들은 아주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서는 직원에게 초과근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호주 내의 상점에 가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마감시간을 앞두고는 아예 못 들어가게 막거나 안에 있는 손님들도 쫓아내죠.

 

위와 같은 제도를 통해 호주 근로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워라벨을 이룰 수 있는데요, 개인주의적이고 위계적이지 않은 계약중심의 서구적 사고방식이 이 같은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집단주의적이고 위계적인 문화는 워라벨이 쉽게 될 수 없는 근무환경을 만들어 내는데요, 그저 용어자체가 기업홍보수단으로 이용되거나 공허한 선거철 슬로건으로 밖에 사용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호주 국영방송 ABC는 한국인들은 이미 OECD 연 평균 근로시간인 1,716시간보다 199시간이나 많은 1,915시간 일하고 있으며 "Kwarosa (과로사)"라는 용어를 직접 거론하며 2020년 10월 택배노동자 14명이 과로사로 사망한 사실도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과로사 보고한 호주 ABC방송
한국의 과로사를 집중 조명한 호주 ABC방송 캡쳐 (영상을 클릭하면 해당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면 우리와 비슷한 문화권에 속해있는 일본과 중국의 근로자들은 얼마나 일할까요?

 

먼저 중국에는 996 (996工作制), 즉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한다는 의미로 중국의 악명높은 근로시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있습니다.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44시간이고 일일 표준 근무시간이 8시간으로 노동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하네요.

 

일본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40시간인데, 우리의 "과로사"와 같은 의미의 "過労死 (Karoshi)"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될 만큼 초과근무시간이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환경이 과로사와 자살을 불러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세계 여러나라에서 주 4일 근무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초과 근로시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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